“신앙의 쓴 맛” (시편60편 묵상) – 5/14/2020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건강에 좋은데 입에 쓰다는 이유로 약을 거절하는 것은 올바른 반응이 아닙니다. 아무리 입에 쓰다해도 건강에 유익하다면 참고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이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입에 쓴 맛을 느끼면 바로 뱉어버립니다. 참고 삼키는 일이 어린아이에게는 거의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에 달지만 건강에 좋은 약을 만들기도 합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신앙인에게 인생의 쓴 맛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은 ‘하나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이런 고통이 오기전에 미리 예고해 주시거나 막아주시지 않고 가만히 있으시다니’란 서운함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버려 흩으셨고 분노하셨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심지어 그는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어려움을 보이시고 비틀거리게 하는 포도주를 우리에게 마시게 하셨다” 고 말할 정도로 하나님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그는 계속해서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셨나이까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 군대와 함께 나아가지 아니하시나이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자신이 경험한 고통스러운 현실 앞에서 하나님께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어떤 이는 이런 감정 표현이 하나님께 무례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렇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정신 건강상 매우 유익하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하나님께 드러낸 것일까요? 무례함도 정신 건강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을 진정 신뢰하고 있기에 숨기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자신이 느낀 신앙적 감정 상태를 하나님이 이미 잘 알고 계시기에 구태여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입니다.

하나님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신앙의 표현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하면 정신적인 혼란기를 겪게 되고 신앙의 뿌리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지고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인처럼 “지금은 우리를 회복시키소서”란 기도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께서 땅을 진동시키사 갈라지게 하셨사오니 그 틈을 기우소서”란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를 건지시기 위하여 주의 오른손으로 구원하시고 응답하소서”란 마음으로 하나님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이것이 신앙의 진정한 힘입니다. 인생의 쓴 맛을 체험한 신앙인이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도와 대적을 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실패와 아픔을 극복하고 더 담대하게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구원은 헛되다”는 확신을 갖고 하나님을 더 가까이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불안과 걱정, 불편함과 답답함이 팽배한 시기일수록 우리는 도우시는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합니다. 신앙인에게 인생의 쓴 맛은 보약입니다. 입에 쓰다고 뱉을 것이 아니라 참고 삼키면서 하나님의 손길을 더욱 실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