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을 떠나 (시편 17편 묵상) – 3/31/2020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단순히 목표가 있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항상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때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힘들어해도 목표가 있어서 다시 힘을 내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삶이 따분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사 의욕을 상실한 사람처럼 보이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리다보면 하루가 손살같이 지나갑니다. 남들과 똑같이 24시간을 사용하는데, 두 시간처럼 여겨질 정도로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뒤를 돌아볼 시간도, 자신을 성찰할 시간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이 바쁘기만 하지만 지루해 할 틈도 없기에 나름 의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현대 사회의 삶의 한 단면인데,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회 전체가 마비되었을 때에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요? 모든 사회 활동이 멈추고 생필품 구입 외에는 외부 출입을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의 하루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우리는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과연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으며,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를 돌아볼 시간을 얻은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감출 수 없지만 우리는 지금 마음 상태가 어떤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치 않을지라도 지금은 한가로움을 보약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가로움이 지루함이나 무기력함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시편 저자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울부짖음에 주의하소서”라 외치고 있습니다.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간절함으로 이 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기도하는 자신의 영적 상태를 들여다봅니다. “주께서 나를 판단해달라”고 합니다. “주께서 내 마음을 시험하시고 나를 감찰하셨다”고 말합니다. 기도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정직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그는 “나의 걸음이 주의 길을 굳게 지키고 실족하지 아니하였다”고 고백합니다. 자기 자랑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있는 그대로 고백합니다. 그는 주의 길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했기에 이런 말을 하나님 앞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감찰하지만 자신의 의로움을 의지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이여 내게 귀를 기울이여 내 말을 들어달라” 고 합니다. 그는 “여호와여 일어나 나의 영혼을 구원해달라”고 합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금은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자신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더욱 의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