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믿음” (시편114편 묵상) – 7/16/2020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합니다. 누군가 도와준다면 평생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도 먹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벗어나고 나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도와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섭섭함이 생깁니다. 왜 이 정도만 도와주었는지, 왜 좀 더 완벽하게 도와주지 않았는지, 도와준다면서 왜 손해를 입혔는지 등 원망과 불평의 마음이 자라납니다.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도와주어서는 또 이런 고생을 한다는 서운함이 마음 가득 채워집니다. 이것은 도와준 것을 넘어 이후의 모든 생활도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기심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표출되는 아주 무서운 마음입니다. 은혜를 받았음에도 베푼 사람에 대한 존중과 감사까지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매우 독한 마음입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은 이기심에 사로잡힌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애굽을 탈출한 이후의 생활을 보면 그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광야 생활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모세를 압박했습니다. 그들은 애굽보다 더 좋은 환경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광야이기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애굽을 열 가지 재앙으로 제압하신 하나님, 홍해를 육지처럼 건너게 하신 하나님,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저녁에는 불기둥으로 보호하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을 잊어버린채 현재의 불편함만을 부각시켰습니다. 애굽을 나오게 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는 새까맣게 잊은채 오직 지금의 어려움에만 매달렸습니다. 과거의 은혜가 아닌 오늘의 은혜만을 고집스럽게 추구했던 것입니다. 애굽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해주셔야 한다는 그들의 욕망은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이런 이스라엘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시인은 오늘의 시편에서 구원받은 이스라엘이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오며 야곱의 집안이 언어가 다른 민족에게서 나올 때에 유다는 여호와의 성소가 되고 이스라엘은 그의 영토가 되었도다”는 놀라운 사실을 외치고 있습니다. 애굽이냐 광야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성소 또는 영토가 무엇이냐를 이스라엘이 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스라엘은 광야라는 환경에 불만을 품었을 뿐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잊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여호와의 성소’이며 ‘그의 영토’입니다. 신약식으로 하면,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란 의미입니다. 시인은 “바다가 보고 도망하며 요단은 물러갔으니”라면서 “바다야 네가 도망함은 어찌함이며 요단아 네가 물러감은 어찌함인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입김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인이 이스라엘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환경에 산다해도 “반석을 쳐서 못물이 되게 하시며 차돌로 샘물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 시대 교회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어려움에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더 큰 믿음으로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석에서 물을 내실 수 있는 하나님을 믿고 오늘도 승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조금도 부족함이 없이 차고 넘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