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개인” (시편127편 묵상) – 7/31/2020

우리가 시편을 비롯한 구약 성경을 읽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이스라엘 공동체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개인들의 삶이 있고,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모습이 구약 성경에 많이 나오지만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로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오늘의 시편도 공동체란 시각으로 이해할 때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1절에서 ‘집’과 ‘성’이 나오는데,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하나님의 집인 성전 또는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예루살렘 성 안에 있는 성전은 철저히 하나님의 계획대로 세워진 곳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건설할 때 자기 마음대로 짓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그려주신 청사진을 그대로 재현했을 뿐입니다. 예루살렘 성과 그 안의 성전은 분리될 수가 없습니다. 모두 다 하나님의 통치 하에서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시인이 말한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과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와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치 하에 있는 예루살렘 성과 성전이기에 하나님을 배제하고 이루어진다면 그 모든 수고와 노력은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의 거대한 신앙 공동체입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의 삶이 펼쳐집니다. 각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존재합니다. 개인의 죄가 이스라엘 전체에 깊이 영향을 미치기에 하나님은 때때로 이스라엘 전체에 재앙을 내리시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간의 범죄로 이스라엘 전체가 아이성 정복에 실패할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하나님은 아간의 죄를 “이스라엘이 범죄하여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나의 언약을 어겼으며”(여호수아7:11)라고 정확히 짚어주셨습니다. 개인과 공동체를 분리하지 못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가르침입니다. 시인이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고 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삶을 말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염두해 두고서 한 말입니다. 하나님이 계획하신 뜻대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성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공동체 속의 개인이 아니라 개인주의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위험합니다.
시인이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한 것도 공동체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배려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적용할 때 잠을 못자면 하나님이 사랑하지 않으시는 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3절-5절에 나오는 ‘자식들’도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도 이스라엘 공동체가 운명을 같이함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교회를 공동체로 보지 않고 개인주의로만 보려는 경향이 강한 것을 생각할 때, 이 시편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교회 공동체 속에서 각 개인의 신앙을 점검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이루는 각 개인은 전체를 고려하는 신앙 생활을 해야 합니다. 교회 없는 개인 신앙은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욱 철저히 교회 속에서 개인을 생각하는 신앙 훈련을 쌓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