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분담” (시편68편 묵상) – 5/23/2020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확인합니다. 성경의 첫 장만 보더라도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우리를 당황케 하는 것은 세상이 심하게 망가졌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 세계가 죄로 물들어 버린 것입니다. 반역과 거짓, 미움과 살인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의 처지가 대비되면서 성경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간섭과 그것을 배격하는 사람들의 저항이 계속 충돌합니다. 하나님의 능력에 비하면 사람의 힘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하나님과 싸우고 있습니다.

시인은 “하나님이 일어나시니 원수들은 흩어지며 주를 미워하는 자들은 주 앞에서 도망하리이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하나님이 일어나시는데 어느 누가 감히 저항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시인은 “연기가 불려 가듯이 그들을 몰아내소서 불 앞에서 밀이 녹음 같이 악인이 하나님 앞에서 망하게 하소서”란 기도를 합니다. 악인의 멸망을 구하는 기도가 왜 나오는 것일까요? 하나님이 일어나심에도 원수들이 흩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실력이 줄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시인은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하나님이 그의 백성 앞에서 행하신 장면을 “땅이 진동하며 하늘이 하나님 앞에서 떨어지며 저 시내 산도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하나님 앞에서 진동하였다”고 묘사합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힘은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은 무한하신데 악인들은 여전히 활동하는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고민합니다. 노아 홍수 때처럼 왜 악을 완벽히 제거하지 않으시는 것인지, 악인을 왜 이대로 살려놓고 계시는지를 놓고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런데 시인은 “그의 거룩한 처소에 계신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이시라 하나님이 고독한 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게 하시며 갇힌 자들은 이끌어 내사 형통하게 하신다”고 말합니다. 전능한 분이신 하나님이 지금 누구의 아버지라 하나요? 누구를 위해 지금 일하고 계신다고 하나요? 고아의 아버지, 과부의 재판장으로 일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고독한 자, 갇힌 자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고아와 과부가 생기지 않도록 하시면 모든 것이 깔끔히 해결될텐데 왜 굳이 이들의 아버지로 계시는 것일까요? 시인은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우리의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하자”고 말합니다. 능력이 무한하심에도 가장 나약한 존재의 아버지로 계시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우리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통을 분담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애정만큼은 확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짐을 지십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여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것을 견고하게 해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가난한 자를 위하여 일하시는 하나님의 고통 분담이 은혜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의 은혜로 우리는 오늘도 힘을 다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